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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직업실록
국내도서
저자 : 정명섭
출판 : 북로드 201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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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백성실록≫을 흥미롭게 읽었는데 후속작이 나와 재밌게 읽게 되었다. 이번에도 역시 일반 백성들의 이야기가 다수 다루어지며 그들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해야만 했던 '직업'에 대해 다루고 있다. 물론 직업을 가지고 있던 양반들도 있었지만 이 책에서 다루지는 직업들은 일반 백성들이 가졌던 직업들이 대부분이다.



조선시대에도 사우나가 있었을까. 새벽까지 술자리를 가지고 이른 아침 출근하면 사우나 생각이 간절해지게 되는데 그 사우나가 조선시대에도 있었다니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조선시대 때 사우나는 주로 몸이 안좋은 사람이 치료를 목적으로 이용하였다는데 그곳을 관리하던 사람은 대부분 중이라고 한다. 또한 치료를 못해 죽은 사람의 시체를 묻는 직업도 매골승이라는 이름의 중이 수행했다고 한다.


전부 스물 한개의 직업을 다루고 있는 이 책에서는 몇해 전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던 '다모', '추노객' 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드라마 대장금을 통해 궁궐의 조리사들은 여자들로 구성되었을 것이라고 착각하게 되는데, 조선시대 때 숙수라고 불렸던 궁중 조리사들은 대부분 남자였고 그나마도 전부 '노비'였다고 한다. 노비로 천대받던 숙수들에게 조선 왕조의 멸망은 오히려 기회가 되어 궁중요리라는 새로운 장르의 음식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많은 직업들이 지금 보았을 때 이런 직업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신기하고 별난 직업들이 많다. 장례식에서 대신 울어주는 곡비라는 직업도 특이하다. 지금도 결혼식 때 하례객으로 대신 참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니 장례식도 있을 법 한데 대신 곡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특히 곡비의 가장 큰 고용주는 왕실이었다고 한다. 왕실에서는 장례식뿐만 아니라 왕릉을 옮길 때에도 곡비를 썼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도 계층과 서열문화에 길들여져 있는 듯 서로 상위 1%가 가는 대학, 상위 1%가 다니는 회사에 가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뤄진 직업들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상위 1%의 직업들이 아니다. 그렇더라도 그들은 분명히 조선 백성의 일원이었고 조선이라는 사회의 구성원이었음을 알 수 있다. 책에서 각 직업들을 소개하는 말미에 서울 근교에 다녀볼 만한 박물관이나 사적지를 소개하고 있는 점은 책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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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살아가는 힘
국내도서
저자 : 문요한
출판 : 더난출판 201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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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과 미성년자의 차이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책임'을 지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책임을 지는 행동의 전제조건은 그 행동을 자율적으로 했는지의 여부일 것이다. 즉 성인은 자율적으로 행동하여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누구나 성인에 대해 생각할 때 책임감과 자율성을 떠올리지만 저자는 이 '자율성'이라는 단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 정말 나는 성인인가? 나는 자율적인 사람인가?



자율이라는 말을 좀더 깊게 생각해 보면 사실 문제는 거짓 자율이나 유사 자율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중에서 거짓 자율보다는 유사 자율이 더 위험하다고 말하는데 그 이유는 유사 자율은 스스로 자기 결정에 의해 나아가고 있고 자이 의지에 의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착각하기 떄문이라고 한다. 결국 유사 자율은 타인의 기대나 영향에 끌려 다니는 삶이므로 자율적인 삶이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는 자율적으로 살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맞서야 할 것은 거짓이 아니라 사이비다. 진실인 척하는 것들이다. 거짓은 눈에 잘 보이지만 사이비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은 짝퉁임에도 진품이라고 믿는 것처럼 우리는 지금의 인생이 진짜인지를 물어야 한다. 나는 자기 인생을 살고 있는가?  - p.39


성인이 되어서도 자율적이지 못한 생활을 하는 성인들이 많고, 우리나라에 특히 더 많다고 한다. 즉 내가 한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없거나, 책임질 수 있는 행동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더라는 것이다. 저자는 그 원인을 과잉양육(p.42)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지나친 양육이 자녀들의 책임감의 발달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많은 학생들이 과도한 사교육에 시달리면서 공부는 힘든 것이고 시키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p.49)에 빠지게 된다.

 

누군가의 의견을 나의 의견을 착각하는 현상에 대해서 경고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아이가 몸이 아픈 상황에서 치료를 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전염이 되지 않게 하게 위해서 결석을 하는게 맞는지, 아니면 그래도 출석을 하는게 맞는지의 상황에 대한 고민을 저자의 경험을 빌어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몸이 아파도 출석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은 과연 저자 본인의 생각인지 아니면 부모님으로부터 전수된 생각인지를 고민했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알게 모르게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은 정보나 지식 또는 경험을 나의 것으로 착각하는 현상은 자율적인 생활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면 동의할 수 밖에 없는 사례였다.

 

사고와 믿음도 그렇다. 어릴 때부터 가져왔던 생각과 믿음이 익숙하기 때문에 이를 놓아버리지 못한다. 익숙한 것에서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익숙한 것에서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율적으로 살아가려면 자신의 기계적 믿음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 있었야 한다.  - p.106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던지는 '자율'이라는 화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한평생을 사는 동안 사람은 전부 자기 인생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가 된다. 자기 인생에 대해 주인의식을 가지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주장이 아닌 나 스스로 살아가는 힘을 발휘하여 자율적으로 살아가는 인간. 이 책에서 던지는 인간의 최종 모습이 아닐까 싶다. 완성된 인간은 없다. 완성되어가는 인간만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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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국내도서
저자 : 하명희
출판 : 북로드 201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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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받았을 때 받은 느낌은 제목이 독특하다는 것. 몇페이지 넘기다보니 '착한 스프'는 사람 이름이었다. 95년 말에 PC통신 천리안에 가입한 뒤로 하이텔, 나우누리, 유니텔 등 당시 4대 PC통신 서비스를 모두 가입하여 사용했는데 당시는 익명성이 강조되다보니 대화명을 사용했고 내가 사용한 대화명은 '열쇠'였다. '착한 스프'는 이 책의 주인공이 좋아했던 남자의 대화명이고 주인공 본인은 '제인', 절친인 홍아의 대화명은 '우체통'이었다. 이렇게 '착한 스프'와의 만남은 PC통신에서 이루어진다.



가끔 살다보면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 걸 독심술이라고 하나. 특히나 어린 시절에 알고 싶은 것 중의 하나는 아마도 자신이 좋아하는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일 것이다. 인간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면 이런 가슴아픈 소설은 등장할 수 없었을게다.


등장인물이 여러 명 있지만 앞서 말한대로 주요 등장인물은 크게 세명이다. '온정선'은 '착한 스프'라는 대화명을 쓰고 있었고 드라마 작가를 꿈꾸며 '제인'이라는 대화명을 쓰는 '이현수'를 처음 봤을 때부터 사랑한다. 여성스러운 성격의 현수에 비해 '우체통'이라는 대화명을 쓰던 '홍아'는 외모는 현수보다 매력적이었지만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항상 새로운 도전을 추구한다. 그 도전이 결국 현수와 정선의 사이를 갈라놓았다. 정선은 인생에 여자는 하나밖에 두지 않으리라 생각(p.182)했고 그 마음을 현수에게 전하고 싶었지만 항상 현수가 정선보다 빠르거나 정선이 현수보다 빨랐다(p.251). 거기다가 훼방꾼도 등장한다.


20대 후반의 나이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지 못해 나도 그랬을지 모르겠고 누군가도 그랬을지 모른다. 정선은 '사랑을 맛보게만 하고 결실을 주지 않은 이 땅(p.248)'을 떠나기로 작정한다. 자리를 잡으면 다시 현수에게 고백하기로 마음먹는다. 그 고백의 편지가 현수에게 도착했고 현수는 정선에게 전화하지만 정선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오랜만에 달달한 소설을 읽었다. 평소에 드라마를 잘 보지 않아 몰랐는데 SBS ≪따뜻한 말한마디≫, JTBC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의 작가라고 한다. 제목을 보니 소설의 느낌과 유사함을 느낀다. 조회해보니 '따뜻한 말한마디'는 '기황후'에 밀려 시청률이 높지 않은 상태인 것 같다. 첫번째 소설이라고 하는데 다음 작품도 기대하게 만든다. 작가가 그리는 또다른 운명적인 사랑을 기다려 본다.


[추가] 2017.10.3

지난 9월 18일부터 '사랑의 온도'라는 이름으로 SBS에서 드라마로 방영되고 있다. 소설을 읽은지 거의 4년 가까이 지났지만 그때의 감동이 잔잔하게 남아있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마음 한켠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드라마를 보지는 못했지만 오래동안 기억에 남을 작품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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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의 행복론
국내도서
저자 : 존 킴 / 홍성민역
출판 : 더난출판 201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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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는 잘 몰랐지만 고등학생 시절 공부를 하면서 내가 야행성이라는 것을 알았다. 뭐 굳이 야행성이라고 이름붙이기는 그렇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공부하는 것보다 좀 졸리더라도 밤늦게 공부하는 것이 더 공부가 잘 되는 느낌이 들었다. 어찌보면 내일로 미루지 말아야겠다는 심리가 작용한 건지도 모르겠다. 대학생 시절을 지나 90년대 말 회사생활을 시작했고 회사 경험을 어느 정도 하고 2000년에 들어서니 '아침형 인간'이 대세가 되었다. 그동안 저녁형 인간으로 살았던 나는 정말 잘못 살았구나 하는 죄책감 마저 들었다. 하지만 나는 출판사의 마케팅 전략에 속았다는 사실을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건강에도 좋고 가장 이상적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일주일 중 거의 대부분은 일상적인 업무를 하기 위해 일찍 일어나는 편이다. 하지만 가끔 무언가에 몰입을 해야 할 상황이 되면 모두가 잠이 들었을 한밤중에 시간을 투자하곤 한다. 두세시간 몰입하다가 새벽 서너시쯤 동이 트기 전 가장 칠흑같이 어두운 밤시간에 현관을 열고 밖으로 나가 새벽공기를 마셨을 때의 느낌은 경험해 본 사람만 알 것이다.



이 책은 한두페이지 정도의 짧은 에세이들이 모여 만들어졌다. 저자는 1973년 한국 출생으로 일본 국비유학을 떠나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프랑스에서 거주중이라고 한다. 아마도 저자가 학교에서 강의를 하면서 많은 학생들을 만났을 테고 이런저런 학생들의 고민과 이야기를 듣고 대화하다보니 해주고 싶은 말들을 모은 내용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략 주요 독자층은 성인이 되어 자기 성찰이 필요한 20대들이 될 것으로 보이며, 그 밖에 취업을 하거나 결혼을 하는 등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앞으로 맞닥뜨리게 될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는 힘을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가 그러하듯 문제는 바로 실천의 여부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읽다보면 다 좋은 말인데 과연 그 중에 얼마나 실천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대목이다. 더 나아가 저자는 책에 나오는 내용을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들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실천이 어렵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주위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태도와 불안해하지 않는 자세만 있다면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자신을 평온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서 다음과 같은 고백을 하는 것이다.


물론 말은 쉽지만 그런 자세를 갖는 건 결코 쉽지 않다. 나 역시 이 경지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매일의 성찰을 통해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죽는 순간까지 멈추지 않고 가야 할 길이다.  - p.81


나는 무분별하게 출간되는 자기계발서의 문제보다 자기계발서 무용론을 더 경계한다. 어디선가 다 들어본 말들이지만 다시 한번 되새김질 하고 내 행동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자기계발서를 읽는 목적이 아닐까 싶다. 언젠가 본 것 같은 내용이라도 내가 지금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돌아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얼마전에 읽은 창의성에 관한 책에도 유사한 내용이 소개된 바 있어 한 문장만 인용해 보고자 한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는 것이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생각된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나 자존심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정도와 반비례한다. 즉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면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이 커졌다는 증거다.  - p.178


나의 20대를 돌아본다. 저자는 절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돌아갈 수 없음을 알기에 나도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하기 싫다. 하지만 나의 20대를 돌아보면 내 머리 속은 온통 '고민'으로 가득차있었던 것 같다. 지금의 20대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마냥 즐겁게 웃으며 살다가도 나 혼자만의 시간에 나 스스로를 마주하게 된다면 결국 나의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지 않겠는가. 그 고민들이 쌓여 지금 40대 중반으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앞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큰 자양분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20대들에게 부탁한다. 한밤중에 2차, 3차 이어지는 술자리로 '꽐라'가 되는 경험보다 더 소중한 경험은 '나'를 만나는 것이다. 이 책은 나와의 만남에 좋은 지름길을 제공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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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팔 수 없는 것은 없다
국내도서
저자 : 와다 겐지 / 홍성민역
출판 : 더난출판 201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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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갔을 때 길가에서 도큐핸즈 건물을 몇번 본 적이 있다. 다른 곳의 위치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으나 시부야의 도큐핸즈 건물은 인상깊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약 10년 전쯤이니까 30대 초반 회사원 시절 휴가 때 잠시 외국에 나가 그저 길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외국의 흥취를 느낄 수 있었던 때라 건물 안에 들어가볼 정도로 궁금증을 갖지는 못했다. 사실 그때는 도큐핸즈가 뭐하는 브랜드인지도 몰랐다. 미리 알았더라면 매장에 들어가서 상품 구색을 살펴보고 서비스를 경험할 기회를 가졌을 터인데 기회가 된다면 다음 번 방문때는 꼭 들려보리라 마음먹었다.



도큐핸즈는 일반 소매상품부터 전문용품까지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는 대형 유통상점이다. 일본의 계속되는 불황으로 1호점과 2호점이 폐점되기도 했지만 2014년과 2015년에 3개의 신규점포가 오픈 예정에 있는 등 여전히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도큐핸즈에 근무하면서 겪었던 창발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사업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도큐핸즈의 혁신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중의 하나는 비전문가적인 시각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생산자나 판매자의 시각이 아닌 소비자의 시각에서 점포와 상품을 돌아보라는 것이다. 


매력적인 점포를 만들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소비의 프로', '판매의 아마추어'가 점포를 전개해야 한다. 또 소비자로서의 눈높이는 매장뿐 아니라 상품을 개발하는 사람, 서비스를 기획하는 사람에게도 필요하다. 즉 물건과 서비스를 팔고 싶은 사람들 모두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자세다.  - p.12


소비자의 시각에서 사업을 하라는 것은 먼저 매상을 목적으로 하지 말라는 것이다. 매상을 목적으로 한다면 일단 객단가를 높이는 작업을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더 잘팔니는 상품을 더 고가에 판매하고자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고객의 시각이 아니라 전적으로 판매자의 시각인 것이다. 따라서 매상효율을 중시하는 방식과는 다르게 도큐핸즈에서는 저가의 나사나 못부터 비싼 전동공구까지 모두 '고객이 집에서 뭔가를 만들 때 필요한 것'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동등한 가치를 지닌 제품이라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매상만 고집하지 않고, 고객에게 제안하고 고객의 요구를 개척한다. 도큐핸즈는 이것을 '기업전략'으로서 실행한 것이 아니다. 현장의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헀다.  - p.45


지나치게 전문적인 용품까지 취급하면 불량재고가 쌓이지 않겠냐는 우려도 고객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해결할 수 있다. 즉 판매직원이 매장에서 고객과 지속적으로 문의에 응답해 주고 대화를 하면서 파악한 소비자 욕구 대로 매입을 하면 거의 불량재고가 될 가능성도 적다는 것이다. 결국 도큐핸즈는 '시스템'과 '수작업'의 장점을 적절하게 활용한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어찌보면 시스템보다 수작업을 더 강조하는 듯한 인상도 받게 된다.


시스템에만 지나치게 의존해 판매된 수와 재고량에만 신경을 쓰게 되면, 각각의 상품동향에까지 주의가 미치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고객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그 흐름을 알 수 없게 되고, 그 결과 매장에 갖춰지는 품목에 변화가 사라진다. 언제 방문해도 늘 똑같은 상품만 진열되어 있는 매장을 고객이 빈번히 찾아줄까?  - p.51


수작업을 더 강조한다는 뉘앙스는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점원의 다양한 개성도 살리고 고객의 다양한 요구애 대응하려면 접객에 관한 매뉴얼을 없애고 매장 직원을 규제로부터 자유롭게 해주라(p.117)고 저자는 조언하고 있다. 시스템적인 관리를 선호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아니 나로서는 도큐핸즈에서 시행하는 정책은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적용 가능할지 다소 의문스럽기는 하다. 


도큐핸즈에서 소비자의 시각으로 판매한다는 말과 함께, 고객을 대할 때 판매자의 시각이 아닌 제안자의 시각을 가졌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보통 소매업에서는 '무엇을 팔까?', '어떻게 팔까?'를 기본적인 요소로 해서 매장을 만들지만 도큐핸즈에서는 소매의 기본 요소에 더해 '무엇을 제안할까?'의 입장을 내세운다는 것이다(p.72). 그러기 위해서는 매장 자체의 고정관념을 버러야 한다고 주문한다. '우리는 소매점이고, 소매는 이런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면 고객서비스는 고정되어 버리지만 고정관념을 버리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다.


고객의 요구가 있으면 '우리 매장은 취급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상품을 적극적으로 도입한다. 또 스스로 '이것은 고객에게 추천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상품을 찾아서 매장에 진열한다.  - p.109


이러한 고객중심전략 즉 프로 소비자 정신은 직원들의 실적도 독특한 방법으로 평가하게 만든다. 즉 보통은 매상으로 평가를 하겠지만 도큐핸즈에서는 무엇을 매입했는지, 어떤 종류룰 매입했는지, 새 거래처를 얼마나 개척했는지 등의 기준으로 직원을 평가한다(p.126)는 것이다. 이러한 사원 평가 기준은 도큐핸즈 매장은 좀더 개성있는 매장으로 만들기 위한 기반이 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지금의 도큐핸즈는 과거과 같은 혁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어떻게 해야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조언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먼저 도큐핸즈의 소비의 전문가, 판매의 비전문가 마인드를 유지하면서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조언한다. 아울러 필요에 의한 쇼핑이 아닌 즐기는 쇼핑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추가할 것을 주문한다.


판매 효율을 최우선으로 삼지 않는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기 위해서는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거래처를 개척하고 고객에게 새로운 제안을 하는 것이 지금의 도큐핸즈에게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소매업 전반의 과제이기도 하다.  - p.183


한가지 아쉬운 것은 이 책의 주요 독자는 비즈니스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일텐데 그런 사람들이라면 모두 알만한 POS라든가 롱테일 등에서 주석을 달아놓은 것이 참 거추장스러워보였다. 일반적으로 쓰게 되는 POS라는 영문표기가 아닌 포스라고 한글표기를 한 점이라든가, '난항'이라는 단어를 '난황'이라고 표현(p.26)하거나 불필요한 곳에 쉼표를 찍는 등의 오타들도 아쉬운 부분이다. 더 아쉬운 부분은 일본과 우리나라의 소비 비즈니스 행태가 다르기 때문에 도큐핸즈의 독특한 사업방식을 적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저자가 근무했을 당시는 인터넷이 없던 시대라 직접 매장 직원들에게 상품정보를 물어야 했던 그때와는 다르게 요즘과 같이 인터넷으로 쉽게 상품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점이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은 독자들이 충분히 헤아려 읽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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