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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코프의 러시아 문학 강의
국내도서>인문
저자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Vladimir Nabokov) / 이혜승역
출판 : 을유문화사 2012.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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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한 때 나의 꿈은 국문학과나 문예창작과에 들어가서 시인이 되어 시집을 출간하는 것이었다. 잠시나마 문학소년의 꿈을 가졌던 것이 지금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물론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언제나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가져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20여년전 고등학교 시절에 가졌던 그 꿈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단지 그 대상이 국문학이 아니라 러시아문학으로 바뀌었을 뿐.

 

사실 나는 러시아 문학에 대해서 잘 모른다. 잘 모른다기 보다 러시아 문학이라는 것이 이렇게 방대한 연구성과물이 있을 정도였는지 그 존재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그런데 목차를 보다보니 아는 사람 이름들이 나온다. 톨스토이, 토스토옙스키, 체호프, 고리키... 책의 처음 부분에 나오는 니콜라이 고골을 제외하고는 한두번씩은 다 들어봤던 작가들이다. 이 나이되도록 그 작가들의 책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말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책을 읽다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된다. 예를 들어 빅뱅으로부터 우주가 탄생하여 태양계가 생기고 인류가 진화했다는 내용의 책을 읽다보면 종교에 대한 관심이 생기게 되고 과학에 반발하는 종교에 대한, 특히 기독교에 대한 책을 읽다보면 서양철학에 관심이 가게 되고, 서양철학 책을 한두권 읽다보면 역사에 관심이 가고... 돌고 도는 독서의 물레방아여!

 

이 책은 지금까지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의 완결편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무려 14권에 달라는 다른 도서들을 추천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오! 감사합니다(ㅠㅠ)

 

처음부터 읽지는 않았다.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특히 러시아 문학에 문외한인 내가 '흥미롭게' 읽기 위해서는 좀더 많이 들어본 작가들을 읽으면서 워밍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고른 것은 톨스토이. 근데 이 나보코프라는 이분. 꽤 코믹한 분이다. 러시아의 소설가 순위를 매기면서 1위를 톨스토이로 평가하고 도스토옙스키는 순위에 넣지 않았는데 그 이후에 나오는 문장은 토스토옙스키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항의하려고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 잠깐이나마 미소가 지어지지 않는 분은 패스. 어디선가 나도 이런 평가를 들은 적이 있다. 도스토옙스키보다는 톨스토이가 더 위대하다는. 하지만 나는 이런 저자의 평가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한다. 작가에 대한 평가, 특히 문학작품에 대한 평가는 개인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러시아 문학을 좀더 접한 뒤에는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다.

 

톨스토이의 첫 작품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안나 카레니나>다. 나는 읽어보지 못했지만 '불멸의 걸작'이라는 저자의 평가에 반드시 읽어야겠다는 작심을 하게 되었다. <안나 카레니나> 작품을 설명하기에 앞서 톨스토이라는 작가에 대한 소개로 몇페이지를 할애한다. 읽다보니 모든 작품들을 설명할 떄 이런 식이다. 작품만 해설하지 않고 작가의 인간적 모습까지도 언급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를 쓴 시기는 1860년대에서부터 1870년대 초까지의 시기인데 톨스토이는 1870년대 말에 들어서면서, 마음 속에서 진행된 양심과 쾌락의 전쟁에서 양심이 그의 삶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예술은 반종교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면서 안나 카레니나를 마지막으로 붓을 꺾는다. 이 책을 통해 톨스토이가 힌두교와 기독교의 혼합된 새로운 종교의 가르침을 신봉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부분은 다른 책들을 통해 좀더 연구해볼 내용이라 여겨진다.

 

톨스토이가 추구했던 진실(대문자 T로 시작하는 Truth)에 대해 설명하는 대목은 정말 압권이다. 이 절대적인 진리를 많은 러시아 작가들이 관심을 갖고 찾아왔는데 저자는 톨스토이가 추구했던 진실은 바로 톨스토이 자신이었고 톨스토이 자신이 예술이었다는 것이다. 톨스토이는 절대적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절대적 진실이라는 환상에 쉽게 도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절대적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 자체를 더 중요시 했다(p.270). 톨스토이가 절대적 진실을 추구했던 과정은 결국 불멸의 진리로 승화되어 자신의 이미지, 즉 자기 자신을 찾는 결과를 얻었다.

 

톨스토이에 이어 읽은 작가는 도스토옙스키이다. 저자는 그에 대해 평가절하했지만 나름대로 관심을 갖고 읽어보았다. 나의 무식으로 인해 아는 작품은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단 두편 분이다. 바로 작품해설로 들어가지 않고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간략한 소개로 시작한다. 역시 톨스토이를 읽으면서 느꼈던 대로 작가는 도스토옙스키에 대해 위대한 작가는 아니라고 평가(p.194)한다. 더 나아가 '훌륭한 유머가 번득이긴 하나 문학적 진부함이라는 황무지를 지닌 평범한 작가에 불과하다'고 악평한다. 유럽 추리 소설이나 감상주의적 소설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p.202)고도 평가한다. 극작가가 될 운명이었지만 어쩌다 길을 잘못 들어서서 소설을 쓰게 된 사람(p.204)이라고도 평가한다.


저자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중에서 최고라고 평가한 작품은 <분신>이다. <분신>은 첫 작품이었던 <가난한 사람들>의 성공 이후 두번째 작품인데 평단의 냉담한 반응을 얻었던 작품인데 본 도서에서는 소개하지 않았다.<죄와 벌>을 시작으로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해설한다. 물론 도스토옙스키에 대해 평가를 하듯 <죄와 벌>에 대한 평가도 설득력이 약하다는 악평을 내린다. <카라마조프카의 형제들>은 특이하고 혼란스럽다고 평가한다. 하다못해 각 장의 제목 설정 조차 소설의 내용과는 다르게 진기하고 이상함만 강조했다고 한다(p.255). 이런 여러가지 비판적 요소들은 도스토옙스키가 신경쇠약이나 간질병을 앓아왔고 어린 시절 아버지의 죽음(타살)이 자신의 책임이라는 죄책감도 어느 정도 이유로 작용했으리라 생각된다.


도스토옙스키가 육체적 고통과 모욕이 인간의 도덕을 증진시킨다는 생각에 광적으로 집착한 것은 개인적 비극에 원인이 있을 수도 있다. 시베리아 유형으로 인해 그는 내면에 있던 자유 애호가, 반역자, 개인주의자로서의 모습이 어느 정도 사라져 버렸고, 그 자연스러움이 상실되었엄을 감지했지만, 그는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돌아왔노라고 고집스럽게 주장했다. - p.219


러시아. 웬지 나에게는 멀게만 느껴지는 나라다. 어린 시절 '소련'이라는 공산주의 국가로 기억되었고 고등학교 시절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를 읽으면서 뭔가 변해가는 나라라는 인식이 생겼다. 그래서인지 그저 공산주의라는 삭막한 사회에서 변해가는 나라라는 정도의 인식이 아직까지 남아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1917년 이전의 러시아는 문학이나 음악 등 문화적으로 상당히 융성했고 놀랄 만한 예술가들이 많았음을 떠올리게 되었다. 책을 처음 펴들었을 때 이 책에서 소개되는 여러작품들 정도는 중고등학교 시절 다 읽었어야 하는 책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다못해 대학생때라도. 하지만 마흔이 넘은 지금의 상황도 고전을 읽기에 늦지 않은 나이라는 자신감을 가지면서 차차 정복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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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1인 창조 기업
국내도서>경제경영
저자 : 안계환
출판 : 교학사 201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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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직장에 다니고 일을 하지만 언젠가는 맞이하게 될 '은퇴'를 대비하는 삶의 일환으로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능력을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제공함으로 수익을 얻는 사업가를 칭하는 1인 창조기업을 통해 평생 지속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라고 이 책은 조언한다. 하지만 말이 쉽지 누구나 쉽게 될 수 있다면 성공의 의미는 없을 것이다. 저자는 누구나 성공하는 방법이 다를 수 밖에 없겠지만 보고 배울 수 있고 참조할 수 있는 매뉴얼 같은 것이 있으면 1인창조기업이 되고자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이 책을 저술하였다고 한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1인창조기업이 되기위한 '매뉴얼'이나 '백과사전'의 역할을 한다. 또는 '도움말'이나 '즐겨찾기'의 역할도 제공한다. 다시 말해 1인창조기업이 되기 위해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보다는 앞으로의 큰 흐름이라고 할 수 있는 1인창조기업에 대해 전반적인 이해를 하고 있으며 그렇게 되기 위해 소망을 가지고 있다면 자신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 찾아서 읽어가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목차를 간단히 훑어보도록 하자. 1장은 1인창조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에 주력한다. 결국 1인창조기업이 혼자 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창업의 과정은 필요하기 때문에 창업에 필요한 마음가짐이나 자세에 대해서 언급한다. 특히 시대에 흐름에 따라 창업의 형태가 달라지고 있으며 직장인에 비해 일에 대한 절실함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2장에서는 창업을 위한 자기계발 4단계에 대한 내용을 제시한다. 먼저 1인창조기업을 창업하기 위해 나만의 강점을 발견하여 그 강점을 천직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에 대해서 중요하게 언급한다. 이것을 우리는 '사명'이라는 표현으로도 쓸 수 있는데 자신의 강점을 찾아내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경력, 선호하는 직업, 가치관, 목표와 비전 등을 깊은 고민을 통해 도출해 낼 필요가 있다. 2단계로 나에게 적합한 모델을 찾기 위해 시니어에 적합한 사업분야, 전문지식에 따른 사업분야, 독창적 아이디어가 있는 디자이너, 1인 기업으로 성공하는 블로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가능성이 있는 1인창조기업의 모델을 설명한다. 이 중에서 본인이 관심있는 모델이 없다면 이 내용은 그냥 군더더기가 될 수 밖에 없겠지만 한두개라도 읽어서 이런 식의 사업 모델이 있구나 하는 정도는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다. 3단계로는 결국 1인창조기업의 자산은 정보관리나 재정관리 능력, 인맥 등 나만의 보유자원이기 때문에 이러한 보유자원의 역량을 극대화시키는 방법들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4단계로는 사업 성공을 위해 여러가지 형태의 교육에 투자하라는 조언을 하고 있다.

 

3장의 내용은 사실상 1인창조기업이라는 모델의 관점에서 봤을 때 불필요한 내용일수도 있다. 일단 내용을 간단히 보면 사업자등록 방법, 창업자금 마련, 손익계산서나 재무상태표 등 재무제표에 대한 이야기, 부가가치세나 종합소득세 등 세금이나 급여와 같은 재무관리에 관한 내용, 정부지원 활용방법 등이 언급되는데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읽어도 무방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4장과 5장에는 마케팅과 퍼스널 브랜딩에 대한 설명으로 마무리 되고 있다. 특히 마케팅에 있어서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활용하라는 조언이 눈길을 끈다. 결국 1인창조기업은 자신의 이름이 곧 브랜드이며 자산이기 때문에 강력한 퍼스널 브랜드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방법이 책의 마지막 40여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는 것보다는 지금 당장 1인창조기업의 모델을 창업하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3장을 제외하고 1,2,4,5장 정도를 먼저 읽고 구체적인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3장의 필요한 부분은 찾아서 읽는 것도 좋은 독서 방법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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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다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니컬러스 에번스(Nicholas Evans) / 김기혁,호정은역
출판 : 글항아리 2012.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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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다>라는 책 제목과 커버이미지만 봐서는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느낌의 스릴러나 호러 영화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기서 ‘죽는다’는 것의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언어’를 말한다. 세상의 그 누구도 모르는 사이에 사라지고 있는 언어가 있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를 전해주는 책이다. 혹시나 사라지는 언어가 있다는 것에 대해 가슴아프다는 느낌이 없거나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분이라면 책을 읽을 의미도 없을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 사건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저자는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성경에 따르면 인간은 한가지 언어만 사용하다가 신이 되고자 하는 욕심으로 바벨탑을 세웠으나 이에 대한 응징으로 신은 인간의 언어를 흩어놓았다고 한다. 즉 바벨탑 사건으로 인해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가 많아졌다는 사실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저자는 이 바벨탑 사건으로 인해 다양성을 추구하게 되었다는 긍정적인 싸인으로 인식한다. 인간은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였으나 국가나 지역끼리 다투기 시작하면서 서로 분리되었고 언어도 달라졌는데 그 이후로 인간들은 좀더 작은 집단을 이루어 서로 평화롭게 사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는, 멕시코의 한 구전을 인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언어의 다양성이 훼손되고 있으며 점차 쇠퇴해가고 있다는 점을 탄식하고 있다. 인류사가 발전해가면서 농경문화와 군대로 무장한 영토 팽장주의자들에 의해 언어의 다양성이 파괴되고 있으며 더 이상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언어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세계 속 수천 개의 언어가 이와 유사한 운명에 고통받고 있다. 화자가 1억이 넘는 10여 개 언어의 지배에 이끌려 언어 다양성어 쇠퇴는 더욱 가속화되었다. - p.58

 

언어의 다양성이 중요한 이유로 먼저 캐번디시 바나나의 예를 들면서 이 바나나 종 하나만 있다는 것은 생산과 효율을 최대화하기에는 좋지만 새로운 곰팡이균 하나가 종 자체를 없애버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와 같은 생물학적 종의 개념에서 출발하여 다양성의 장점을 설파하는데 피시먼(Joshua Fishman)이라는 학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한 언어나 문화를 다른 언어나 문화의 프리즘으로 들여다볼 때 깊고 창의적인 상호작용과 통합적 안목을 얻게 된다는 점(p.64)”을 다양성의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결국 언어 유산이 손실된다는 것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들의 문화나 거주지가 손실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비극적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언어에 대한 연구는 ‘다양성’의 관점보다는 ‘보편성’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위험하다는 지적한다. 하나의 언어는 그 언어의 문법이나 구사방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언어를 통해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다는 점이 언어의 다양성이 가지는 또하나의 소중함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저자는 언어가 죽게 되었을 때 우리가 잃게 되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언어의 죽음이 왜 문제가 되며 인간이 지식을 습득하는 방식이 서서히 붕괴되어가고 있는 현실을 깊이 있는 학술적 연구자료를 근거로 하여 풀어나가고 있다.

 

다양한 언어가 가지는 소중함에 대한 사례로 설명하고 있는, 에이즈 바이러스 제1형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약물 프로스타린이 발견된 과정에 대한 설명이 흥미롭다. 세계 도처의 원주민들은 오랜 역사 동안 자연을 세밀히 관찰하고 자연의 산물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실을 자기네 언어의 단어와 표현을 통해 전하고 있다(p.67). 이러한 언어가 담고 있는 전통 문화는 식물 약효에 대한 세부지식도 담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프로스타린이 발견된 과정에서도 해당 원주민 언어(사모아어)를 배웠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즉 토착어의 어휘들은 특정 식물과 동물 간의 생태적 유대관계를 드러내기도 하기 때문에 언어학자와 생물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 간의 공동연구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지식은 현재 큰 위험에 처해 있다. 거의 알려지지 않은 채 겨우 수백 명의 화자가 쓰는 언어 속에서만 이 모든 지식이 유효하며, 화자들이 다른 언어로 사용 언어를 바꿀 경우 그 전달이 단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 - p.68

 

흥미로운 예를 또하나 들면 진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10진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누구나 그렇듯 인간은 어려서부터 손가락 10개를 가지고 셈법을 익혀왔다. 하지만 파푸아뉴기니 지방에서 쓰이는 옥사프민어의 셈 체계에 따르면 엄지부터 13단계에 거쳐 14에서 코에 이르고 다시 반대쪽으로 내려와 27에서 반대편 엄지에 이르게 되는 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화폐거래를 위해 영어식 수체계를 쓰게 되면서 이 27에 기초한 수 체계는 점점 폐기되고 있다고 한다(p.143). 인류 공통이 사용하는 ‘표준’의 관점에서 보면 효율적일 것이다. 몇해 전 우리나라에서는 인치나 평과 같은 단위를 쓰지 말도록 했는데 이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일 것이다. 하지만 표준으로 채택되지 않은 또 다른 많은 ‘표준’들도 그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을 것이고 오랜 역사와 문화의 결과물로 전달되는 유산일텐데 이를 모두 무시하게 되면 인류문화의 발전이 저해될 수도 있다는 점을 새롭게 깨달을 수 있다.

 

소수 언어들이 사라진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문화적, 군사적, 종교적 라이벌 집단의 언어가 아닌 이상 다른 언어에 무관심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 예로 저자는 로마의 사례를 들고 있는데 지금은 전해지지 않고 있는 게테어나 에트루리아어 등이 지금까지 전해졌다면 언어학적 가치가 상당히 높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몇몇 단어들을 제외하고 거의 전해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가 겪었던 일제 식민치하에서의 언어 말살 정책도 이에 비유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사라지는 언어들에 웬지 모를 측은함이 느껴지면서 언어의 다양성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된 소중한 책이다.

 

언어는 커뮤니케이션과 의사전달에 있어서 동시성을 갖추어야 하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문자이다. 인더스 문자나 자포텍 문자처럼 앞으로도 해독이 되지 못할 문자들이 많이 있는데 아마도 그 문자를 사용하는 언어가 전달되었다면 해독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언어의 소멸과 함께 문자의 해독불가 상태도 선조들의 역사를 보전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언어가 남아았다면 살아남은 현대 언어 자료를 갖가지로 활용하여 암호를 풀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해당 지역 언어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 탓에 이러한 해독 시도도 계속 늦춰지고 있다. - p.304

 

서평을 끝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편협된 시각일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팔리지 않을 것 같은 이런 책을 출판하여 새로운 지식의 지평을 열어준 ‘글항아리’ 출판사에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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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국내도서>인문
저자 : 이브 파칼레(Yves Paccalet) / 이세진역
출판 : 해나무 201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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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지만 모든 것이 있었다."

 

책 띠지에 적힌 문구이다. 이 문장에서 느낄 수 있다시피 저자는 무신론자이다. 그는 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운명도 없고 신의 손도 없다. 신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았다. 인류의 미래는 오로지 우리가 이미 내린 결정, 내리고 있는 결정, 앞으로 내릴 결정에 달린 문제다. - p.14

 

인간은 한없이 나약한 존재이며 우주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제로에 가깝다.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며 인간이 사라져도 우주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을 것이다. 인간의 태어남과 죽음은 덧없이 스치고 가는 과정이자 흔적이 지나지 않는다. 우주에서 무한히 일어나지만 정작 우주는 알지도 못하는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우주는 신과 달리 아무것도 생각하거나 계획하지 않는다(p.29). 저자는 인간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인간은 보통 크기의 별 주위를 도는 작은 행성의 우둘투둘한 표면에 붙어사는 낱알 한 톨만 한 존재이다. - p.19

 

과학과 종교에 대한 비교가 인상적이다. 과학은 반항, 회의주의, 논쟁, 새로운 실험, 비판적 검증을 숭배한다면서 종교와 다음과 같이 비교하고 있다.

 

과학은 자신이 말한 것을 절대적으로 확신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신앙이나 미신과 구별된다. (중략) 과학은 종교와 달리 골치 아픈 질문 공세와 까다로운 검증을 사랑한다. - p.34

 

우주는 137억년전 빅뱅에 의해 탄생했다고 과학자들은 믿고 있다. 저자는 137년에 탄생한 우주의 역사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설명하고 있다. 우주가 탄생한 지 10억년이 흐른 127억년 전에는 물질이 탄생했으며 46억년 전쯤에는 태양이 등장했다.

 

46억년 전 태양이 만들어지고 1억년이 지나고 태양계의 행성들이 정렬된다. 과연 태양계의 다른 행성에 생명체가 있을 것인가 또는 태양계가 아닌 다른 은하에는 있을 것인가? 저자는 분명히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나는 화성을 설명한 대목에 주목했다. 얼마전 작고한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 연대기>라든가 조지 웰스의 <우주 전쟁> 등 화성을 소재로 한 SF소설과 영화를 언급하면서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되는 화성은 인간의 환상울 부추긴다고 이야기한다. 얼마전 NASA의 화성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가 화성에 착륙하여 탐사를 시작하였다. 앞으로 2년뒤 2014년까지 화성 표면을 누비며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태양계의 모습이 완성되고나서 10억년이 지난 35억년 전 세포가 출현한다. 즉 생명이 시작되는 것이다.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는 점점 줄어들고 산소가 늘어나면서 대기의 구성비가 고등세포들이 살기에 적합해졌다. 25억년 전 산소는 대기의 1% 벽을 넘어섰고 10억에서 8억년 전 사이에 드디오 산소가 10%에 육박하게 되었다. 이후 인간이 출현한 시대의 대기 중 산소인 21% 수준까지 상승하게 된다. 그러면서 단순 생물들이 진화가 시작된다. 생명이 점점 다양해 지면서 단세포 동물에서 다세포 동물로 발전하며 바다를 벗어나 육지로 올라오게 된다.

 

책의 성격은 생명에 관한 철학에세이를 표방하지만 상당히 과학적인 지식을 요한다. 우주의 관한 용어로 쿼크, 끈이론, 암흑에너지, 초신성, 웜홀 등 전문용어들이 언급되며 생명의 출현 이후의 내용에는 DNA구조라든가 생명공학 이론들이 등장한다. 전문용어들이 등장한다고 해서 문장이나 내용 자체가 이해하기 힘든 수준은 아니다. 상당히 시적이고 문학적인 표현이 가득하다. 책의 초반부부터 마지막까지 언급되는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구해서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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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의 힘
국내도서
저자 : 낸시 루블린(Nancy Lublin) / 구세희역
출판 : 반디출판사 201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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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유명 비영리단체를 운영하고 있는 CEO로서 비영리단체의 운영방식으로 영리기업을 운영할 때 효과적인 측면을 이 책을 통해 제안하고 있다. 이 책의 부제목이 '돈 한 푼 없이도 최대효과를 거두는 비영리단체식 경영법'인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비영리기업 운영방식 중에서 영리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11가지 기법을 소개하고 있다. 먼저 책 앞부분에 나오는 사례처럼 돈이 부족해서 새로운 일을 벌이지 못하는 상황은 없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특별히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아도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브랜드 인지도를 이용하라는 조언과 외부인을 이용하는 아웃소싱 기법을 충분히 도입하라는 의견도 제안하고 있다. 또한 고객관리, 이사회, 직원, 스토리텔링, 효율적인 재무관리, 물물교환, 혁신 등의 키워드를 제안하면서 비영리단체가 하고 있는 경영방식을 소개함과 동시에 실제 영리기업에서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저자도 부분적으로 언급을 했지만 개인적 의견으로는 비영리단체의 운영방식을 100% 영리기업에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한가지 아쉬운 점은 책에서 제안하는 기법이 대부분 영리기업에서도 많이 활용하고 있는 기법들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제안된 기법들 중 일부는 실제 영리기업에 적용하기 힘든 사례들도 눈에 띄인다. 저자의 의견대로 비영리단체는 인력부터 협력업체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이 부족한 상태에서 더 많은 일을 해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모든 비영리단체가 그러한지는 의문이다.

 

비영리단체의 훌륭한 운영방식을 영리기업에 적용해 보려는 시도는 훌륭해 보인다. 또한 이러한 시도는 계속되어져야 한다고 본다. 다만 시도는 좋았으니 결과물이 기대만큼은 신통치 않다는 점이 다 읽고 난 뒤에 느낌이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여러 비영리단체를 소개해 주는 내용은 많이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 비열리단체의 운영방식을 좀더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용이 다소 아쉬운 점은 있으나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단체의 경영에 관심있는 분들이 읽는다면 저자의 다양한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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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테크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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