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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주식시장을 이기다
국내도서>경제경영
저자 : 장박원
출판 : 매경출판(매일경제신문사) 201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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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컨버전스 학문 즉 학제적인 융합 학문 연구가 대세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사회 전분야에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팽배해 있다. 이 책 <인문학, 주식시장을 이기다>는 이 두가지 대세를 모두 적절히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주식시장'과 이익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인문학'이라는 두 분야의 학제적 접근을 통해 인문학적 소양과 주식시장에서의 이익창출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 이득을 취하는 첫걸음은 시장과 종목을 예측하는 일인데 예측은 신의 영역이므로 사람의 역할을 '예측하는 척' 하는 정도 일 뿐이다. 그 예측하는 척 하려면 진짜 예측처럼 보이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논리이며, 전문가들의 논리를 들여다보면 결국 '사람 이야기'로 귀결됨을 알 수 있다(p.10)는 것이다. 이 사람이야기는 바로 인문학적 소양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인문학의 범위는 문학과 예술, 철학과 역사를 넘나든다. 너무 광범위하다보니 심도깊은 논의는 하고 있지 못하지만 인문학과 주식시장의 두 연결고리를 제대로 제시해 주고 있다. '상위 1%만 알고 있는 투자 철학의 비밀'이라는 부제목을 보고 혹시 오해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특정 종목을 추천해 주거나 투자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미시적인 접근은 하지 않는다. 상당히 폭넓고 거시적인 경제를 바라보는 안목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몇가지 재미있는 주제를 살펴보겠다. 먼저 Part 1의 Chapter 4에서는 인플레이션에 대해서 다룬다. 인플레이션을 흔히 나쁜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착한 인플레이션'도 있다는 것이다. 착한 인플레이션은 기업의 실적 개선에 도움을 주고, 이것이 다시 투자와 고용 증가로 연결(p.48)되는 인플레이션이다. 투자를 하면서 가장 기본적으로 점검해야 할 것은 물가 동향인데 과연 지속적인 경기 상승에 기반한 인플레이션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이 있는지 살피는 것이 투자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로 인플레이션의 선순환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기본덕목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Chapter 7에서는 국제유가에 대해서 다룬다. 이솝우화의 <애꾸눈 암사슴>을 사례로 들면서 국제유가란 주식시장에서 대부분 돌발악재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가가 하락하고 있거나 일정가격 구간에서 움직이는 박스권이라고 안심할 일은 아니라는 점(p.54)을 강조한다. 애꾸는 암사슴이 한쪽면만 바라보고 있다가 사냥꾼의 총에 맞았듯이 국제유가의 한쪽면만 바라보다가 투자에 실패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Chater 12에서는 엔화 환율에 대해서 강조한다. 투자자들이 흔히 환율에 대해서 원 달러와 달러 유로 환율은 주로 지켜보는데 엔화 환율은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졌던 엔화 강세로 한국 수출 기업들은 큰 이득을 보았지만 이 엔화 강세의 흐름이 지속될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엔화 강세로 일본기업들은 체질을 바꾸고 있기 때문에 엔화의 방향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수출기업 주식의 투자타이밍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p.79). 


Part 1은 거시경제 및 시장에 대한 예화를 설명하고 있으며 Part 2에서는 종목, Part 3에서는 금융상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Part 2의 Chapter 5에서는 쏠림현상이나 착시현상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점이 재미있다. 좋은 종목은 더 좋게 보이고 나쁜 주식은 더 안좋게 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모든 사람이 좋아할 것 같은 기업에 투자가 쏠리고 있는 현상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표적인 예로 삼성전자를 지목하였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주목하는 삼성전자에 무작정 올라타기 전에 IT시장의 주도 제품이 스마트폰에서 스마트TV로 갈지, 아니면 새로운 신데렐라가 등장할지 깊이 있게 연구하는게 먼저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처럼 이 책은 특정 종목이나 상품을 추천하지는 않지만 거시적인 안목의 투자 마인드를 갖기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다. 실제 개별적인 투자에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일단 이러한 지식적인 백그라운드를 갖추어야 실제 게임에서도 더 합리적인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제목이 이야기하는 방대한 수준의 영역을 수박 겉핧기식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주식을 투자하려는 사람에게도 어찌보면 구체적인 대안이 되지 못할 수 있고 인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간략하고 쉬운 설명이 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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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 산책
국내도서>역사와 문화
저자 : 션 B. 캐럴(Sean B. Carroll) / 구세희역
출판 : 살림biz 2012.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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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의 부연설명으로 '소설보다 재미있는 진화의 역사'라고 되어 있는데 경우에 따라 소설보다 재미있는 것은 맞는 말인 듯 싶다. 소설도 소설나름이지만 정말 재미없는 소설도 많지 않은가. 그 다음은 '진화의 역사'인데 이말은 좀 어폐가 있다. 이 책은 '진화론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보통 진화론이라고 하면 찰스 다윈을 떠올리게 되는데 다윈이 종의 기원을 저술하기 이전에도 이미 '진화'의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한 학자들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진화의 과학적인 근거를 찾지 못했을 뿐 진화의 가능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었다. 진화에 대한 공감의 문화에 불을 지핀 학자는 알렉산더 폰 훔볼트라는 학자이다. 그는 그때 당시 박물학이라고 했던 학문을 연구했던 학자로서 요즘 표현으로는 박물학은 요즘 표현으로 자연사라고 불리우는 학문이다.


훔볼트는 진화를 주장하는 학자는 아니었다. 훔볼트에 따르면 자연이란 완전한 설계와 신성한 질서를 반영하는 다소 정적이고 평화로운 영역이라고 생각했다(p.29). 또한 생명의 근원에 대해서 설명하는 노력은 자연사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주제라고 판단하여 그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박물학자 답게 식물학, 지리학, 천문학, 지질학 등 거의 모든 과학 분야에 능숙했으며 구대륙과 신대륙을 통틀어 인류 역사를 꿰뚫고 있었다(p.21). 또한 남미의 여러 나라를 돌면서 엄청난 양의 힉물학, 동물학, 지질학, 민족학 표본을 수집했고 매우 정확한 지도를 만들었으며 개기일식, 지진, 유성우를 목격하기도 했고 산의 높이를 측정하기 위해서 에콰도르에서 가장높은 산(해발 5,878미터)의 꼭대기레 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탐험은 프랑스 식물학자 에메 봉플랑과 함께 진행되었는데 그의 이러한 탐험과 연구에 대한 열정은 19세기 자연사 연구 탐험에 있어서 중요한 인물들에게 많은 영감을 불어넣어주었다. 그중의 대표적인 학자는 찰스 다윈이다.


책은 전체 3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찰스 다윈과 함께 남미의 정글을 탐험했던 알프레드 러셀 월레스와 헨리 월터 베이츠에 대한 탐험 이야기가 서술되는데 1부의 첫번째 장인 2장은 찰스 다윈, 3장은 월레스, 4장은 베이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탐험을 시작했으며 오늘날 진화와 관련된 많은 이론들의 배경이 되는 근거들을 어떻게 찾아내고 제시할 수 있었는지를 '소설과 같이'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2장의 제목인 '다윈 목사, 옆길로 빠지다'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찰스 다윈이 진화론의 위대한 업적을 세우게 된 첫번째 동기라고 할 수 있는 비글호에 어떻게 승선하게 되었는지 그의 어린시절 이야기부터 재미있게 들려준다. 결국 비글호에 승선하여 많은 동식물 표본들과 지질학적 근거를 수집하면서 종의 기원이라는 '미스터리 중의 미스터리'의 근거를 제시하게 된다. 훔볼트가 다윈에게 그랬던 것처럼 다윈의 저술인 <비글호 탐험기>는 그 이후의 과학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게 된다.


3장의 월레스는 '월레스 선'을 주장한 학자인데 월레스 선이란 인도네시아의 발리와 롬복 사이에 좁은 해협이 있는데 그 두 섬에 살고 있는 동물의 종이 다른 것을 근거로 하여 발리는 아시아 대륙에 연결되어 있었으나 롬복과는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고 주장한 경계를 말한다. 4장에서 언급한 베이츠는 곤충의 의태현상이 환경적응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동물이 적으로부터 자신을 숨기는 방식의 사례를 찾아내면서 이러한 의태현상의 기원이 모든 종의 기원 및 환경적응 현상과 같다고 보았다(p.108). 이 세명의 탐험가들은 이후 죽는 날까지 서로 연락하며 친구로 지냈다고 한다.


계속되는 2부와 3부의 이야기도 탐험의 이야기가 소설과 같이 풀이된다. 5장은 외젠 뒤부아(Eugene Dubois)의 탐험이야기이며, 6장은 칼브리아기 화석을 연구했던 찰스 월코트(Charles Walcott)의 이야기이다. 7장은 로이 채프먼 앤드류스(Roy Chapman Andrews)의 몽골·고비 사막 탐험, 8장과 9장은 공룡의 멸종 현상을 설명하고 있으며 10장은 진화의 가장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는 '잃어버린 연결고리'를 찾기 위한 연구로서 '피셔보드'라는 생명체에 대해 이슈를 제기한다. 마지막 3부의 3개의 장에서는 인류의 역사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인류의 진화과정에 대해 심도깊은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진화론이라는 학설은 찰스 다윈이라는 학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주장된 학문이라는 오해를 깨고 그의 이론의 배경에는 훔볼트의 저술이 있었으며 다윈 이후에 여러 학자들의 진화론의 가장 취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잃어버린 고리를 찾기 위해 과도기의 화석을 찾아내고 과학적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진화론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가설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노력했던 여러 학자들의 노력과 수난에 관한 이야기를 잃다보니 그 노력만큼은 인정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진화론이라는 학문의 이론적 배경과 발전과정 그리고 과학적 이슈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흥미롭고 이해하기 쉬운 책이라고 생각하며 관심있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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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는 없다
국내도서>자연과 과학
저자 : 김영우
출판 : 도서출판전나무숲 2012.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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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자연적이라고 생각되는 '빙의'하는 현상과 양자물리학의 만남이라는 컨셉에 유혹이 되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읽는 과정 내에 이런 유혹이라면 100% 걸려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흥미진진하게 읽어내려갔다.


책은 양자물리와 같은 과학적 이론을 근거로 한 '자아초월적 정신의학(transpersonal psychiatry)'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자아초월 정신의학은 전통 정신의학의 한계와 오류를 벗어나 인간의 영적 체험과 초자연적 체험의 의미와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기존 정신의학을 더 확장시킨 것이다(p.42). 이 자아초월 정신의학의 연구분야는 세계 각 문화권의 주요 종교와 전통 무속, 철학 체계, 요가, 명상, 아메리카 인디언의 영성과 샤머니즘, 유대교의 비전인 카발라, 신비주의적 기독교 신앙, 도교 뿐만 아니라 심리학 인접분야인 초심리학과 사회학, 인류학을 비롯해 20세기 초 양자물리학의 발견 이후 급격히 변화하는 생명과학 분야의 새로운 이해와 발전들 역시 자아초월 정신의학의 연구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p.44).


양자물리학의 등장배경도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되고 있다. 아주 작은 물질의 세계는 고전 물리학과 열역학 법칙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속성들을 보였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물리학 이론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태어난 이론이 양자론(quantum theory)이다. 미시 세계의 속성과 움직임을 이해하는데 꼭 필요하기 때문에 상대성 원리와 함께 현대 물리학의 토대라고 할 수 있다(p.54). 저자는 정신증상의 치료에 있어서도 양자론적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을 책에서 밝히고 있다. 물론 이러한 방법이 의학계에서 일반적이지는 않다. 그러한 비판에 대해서 저자는 "현재의 과학으로는 설명이 어렵다 해도 치료 경험을 통해 좋은 결가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별다른 부작용이 없다면 그 기법을 일단 받아들이고 연구해가야 한다(p.39)"고 주장한다. 일면 위험한 발상이지만 뭐든 새로운 도전과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실행을 통해 새로운 모델이 나오고 방법론이 정립되지 않겠는가 생각도 해본다. 저자가 정신 치료와 양자물리를 연결시킨 이유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새로운 치료기법을 고안하는데 있어 첨단 물리학의 이론과 발견들을 많이 참고하고 있다.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기존 시밀학 이론보다 에너지와 물질, 정신과 의식의 상호관계와 작용에 대해 양자물리학을 비롯한 여러 첨단 과학이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고 있으며, 그를 통해 인간의 마음과 정신의 실체와 작용 방식을 훨씬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38.


과학은 새로운 발견과 지식으로 우리 삶의 편리함과 안락함을 돕는 여러 도구들을 발명하고 물질적 풍요를 누리게 해주었지만, 오늘날 우리 주위에는 상생적 가치관과 윤리적 책임을 무시한 과학에 의해 연구 개발된 파괴적이고 위험한 결과물들 또한 넘쳐나고 있다.  - pp.52~53.


빙의는 '죽은 사람의 영혼이나 악마가 덧씌운 것이라는 믿음이 대부분 사실이 아니라고 저자는 생각한다. 오히려 양자론적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의 파괴적이고 부정적인 상념의 파동들이 모여 귀신이나 악마라고 불릴만큼 어두운 특징과 의식을 가진 파동 에너지의 덩어리로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p.71)고 본다. 저자는 환자들의 정신치료를 하면서 환자들의 내면에서 올라온 낯선 인격이 자신은 환자와 다른 특정인임을 주장하거나, 환자와 치료자를 위협하며 스스로 악마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그 인격이 실제 그 특정인의 영혼이나 악마라고 속단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환자의 내면에서 이렇게 강하게 형성된 부정적 에너지체가 표면으로 올라오거나, 환자 외부에 형성되어 있떤 부정적 에너지체들이 환자에게 오염되어 환자를 지배할 때 그 에너지체의 특징에 따라 환자의 평소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인격처럼 작용하는 경우도 실제 치료 상황에서는 자주 만나게 된다.  - p.69.


책은 전체 4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 두개의 파트에서는 빙의, 해리성 정체성 장애, 양자물리  및 최면의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며 파트3과 파트4에서는 실체 치료 사례를 중심으로 앞서 언급한 이론적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실 빙의와 같은 초자연적인 현상이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영화나 소설 같은 가상현실에서는 다루고 있다보니 혼란스럽기도 했는데 저자의 임상체험을 통한 설명을 들어보니 현대의 과학기술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정신증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어찌보면 '빙의'라고 하면 상당히 가벼운 주제일 수도 있고, 무거운 주제일 수도 있다.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과연 과학적 연구의 대상인가 하는 의문으로 인해 가벼울 수도 있고, 또 어찌보면 연구의 대상이 워낙 폭넓고 물리적인 대상을 다루지 않기 때문에 무겁고 어려운 주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양자물리학이라는 과학적인 근거로 빙의라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바라보고 있으며, 또한 다양한 학자들의 이론적 배경을 근거로 하여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고차원적인 정신현상에 대해 관심있는 분들이 흥미롭게 읽을만한 도서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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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지옥에 가다
국내도서>소설
저자 : 이서규
출판 : 다차원북스 2012.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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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읽은 소설은 처음엔 지루하다가 점점 흥미진진해졌는데 이 소설은 죽음으로 시작하여 살인으로 추정되는 죽음의 원인을 파악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가 다소 흐지부지하게 끝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 이후에 시대적 상황에 의해 불가에 귀의하게 된 주인공인 휘문은 스승인 혜장과 함께 황태사라는 절의 한 노승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다비식에 참석하기 위해 참석한다. 그 노승은 혜장의 스승인 홍안스님. 홍안의 죽음을 둘러싸고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이 발견되어 혜장과 휘문은 그 죽음의 정체를 밝히는데 주력한다.

 

그 노력 와중에 또다른 스님 세명이 연달아 사망하게 되고 점점 오리무중으로 빠지는 듯 하지만 결론은 너무나도 쉽게 내부자의 소행으로 밝혀진다. 휘문과 혜장의 수사 과정은 상당히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대략 절반 정도가 지나고 나서 황태사 내에 '대처승'과 '비구'들의 대립이 그려지면서 불필요한 상황 전개가 지속된다. 특히 대처승인 권박사와 비구인 현정스님의 논쟁은 이야기 구성상 없어도 결론으로 향하는데 큰 무리가 없어보인다.

 

살인사건에 대한 전반적인 틀도 그리 탄탄하지는 못하다. 살인을 하게 된 동기나 이유에 대해 이해가 갈 정도의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하긴 모든 살인은 해서는 안되며 또 이유가 있겠냐마는 뭔가 정확히 짜맞춰진 듯한 스토리가 소설의 묘미가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흡인력은 있었으나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만(慢)'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마무리하는 점은 인상적이다. '만'은 불교용어라는데 저자후기에 보니 마음 속에 존재하는 열정을 말한단다. 소설에서 도문과 혜장, 그리고 휘문의 대화에서도 종종 등장하는데 결국 이 만을 해결하지 못해 살인으로 이어지고 지옥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불교신자가 아니라 '만'에 대해 정확히 이해는 안되지만 이룰 수 없는 욕망을 말하는게 아닐까 싶었다. 인간은 그 욕망을 제대로 다스릴 수 없겠지만 최소한 남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지 하는 심정으로 살아보련다. 300페이지 가량 되지만 책 사이즈가 작고 글자는 커서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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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을 열다
국내도서>인문
저자 : 송인갑
출판 : 청어 201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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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만삭이 되어가던 아내가 심한 감기에 걸려 몇 주동안 병원에 다녀도 낫지를 않아서 가게 된 이비인후과에서 축농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 이후로도 한달 가까이 이비인후과에서 통원치료를 받았는데 임신중이라 항생제를 쓸 수 없어 근근이 견디다가 아주 약한 항생제를 사용하여 겨우 나은 적이 있었다.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했던 축농증 환자를 옆에서 지켜보니 고생스럽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몇달 뒤 나도 같은 증상으로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다. 그 때 고생하던 아내를 보고 좀 도움이 될까 하고 축농증 관련 단행본(<축농증 이겨내기>)을 구입하여 읽기도 했는데 이번에 읽게된 <후각을 열다>를 읽어가다보니 그때 읽었던 축농증 단행본 책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책의 저자는 '후각기억'이라는 독특한 단어를 등장시킨다. 원래 학계에서 통욭되는 용어인지는 모르겠는데 이해하기 힘든 어려운 용어는 아니지만 나로서는 생소한 단어였다. 후각기억은 부단한 연습과 참지 못하는 후각의 호기심에 의해서 발달한다. 사실 후각은 타고나야 하지만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향상시킬 수 있다(p.30). 다양한 분야에서 후각의 접목은 앞으로 타 분야의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향기 하면 떠오르는 것이 향수일 것이다. 향수 용기를 유리로 만들게 된 것은 변색이나 향료의 증발을 막을 수 있고 아름다운 색과 모양으로 제작할 수 있었기 때문(p.65)이라고 하는데, 향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향이나 디자인, 용기 뿐만 아니라 신규 브랜드의 런칭에 관련된 사람들 및 투자가 한 공간에 모아져야 한다. 하지만 이 향료라는 것이 인공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아 인공향료에 대한 거부감 또는 부정적인 의견도 표출되고 있다.


저자는 이 화학적 결합물로서 '인공향기'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접근한다. 그 인공향기에는 사람에게 좋지 않은 성분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사람이 일률적으로 만들어낸 향은 자연의 향과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장미향이라고 해도 실제 장미의 향이 여러가지 향을 가지고 있는데 실제 향의 특징을 분석하여 만들어낸 인공의 향이 얼마나 자연의 향을 반영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책의 1부에서는 이와 같은 후각과 관련된 다양한 접근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저자가 참고한 문헌은 참으로 다양하다.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민음사, 2002>, <후쿠자와 유키치(임종원, 한길사, 2011)>, 콘스탄스 클라센 등이 저술한 <아로마 냄새의 문화(현실문화연구, 2002)>,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에서 성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헌에서 향기와 관련된 내용을 인용하고 있다.


2부는 공간과 향이라는 주제로 향기마을이나 향기박물관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3부는 향기 여향, 4부는 역사속의 향이 소개되면서 그야말로 후각이나 향기를 주제로 이와 같은 방대한 이야기를 정리한 저자의 연구범위가 놀랍다. 마지막 5부에서는 비통에 대해서 다루는데 후각이 느끼게 되는 향에도 이로운 것과 해로운 것이 있으며 어떤 향을 통해 비통을 느끼며 경험하게 되는지 다양한 고전문헌과 현대문헌을 인용해가면서 흥미로운 사례들을 열거하고 있다. 


후각과 향기에 관한 다양한 내용이 어루어진 종합인문서라는 타이틀 답게 그야말로 후각이나 향기를 주제로 다룰 수 있는 거의 모든 내용을 담아내고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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